어제 회식이 또 길어졌다. 회사분들과 재밌게 웃고 떠들며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어느새 밤 12시가 다 되어있었다. 문뜩 다음날 아침이 두려웠지만 그건 내일 일어날 나의 몫이니깐.

 

역시 회식으로 늦게 들어가고 난 다음 날은 힘들다.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고 머리 속은 누가 지우개로 박박 지운 것처럼 하얗다. 종종 이런 날 출근 길엔 회사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본다. 사무실 안에서도 이러면 안될 거 같아 에너지드링크를 골라 계산대로 가지간다. 마치 단 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듯 연료를 챙기듯이 말이다. 

 

에너지드링크 한 캔으로 6시까지 버텨야한다

 

편의점은 현대 사회인들에게 가깝고도 편리한 존재일 것이다. 내가 있는 곳 근처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들을 갖고 있는 편의점이야말로 만물상이지 않겠는가. 다만 이렇게 좋은 편의점이야말로 현대인의 비극을 보여주지 않을까? 요즘 음료수 매대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드링크는 종류도 많아지고 크기도 거대해졌다. 집에서 밥을 해먹을 시간이 없어 찾게된 편의점도시락과 간편 조리 식품들은 다양해지고 더 맛있어지기까지 했다. 세상살기 편해진 만큼 최선을 다해서만 살아가라고 하는 것만 같다. 

 

그나마 출근길에 이 편의점조차 없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세상이 더 팍팍해지지 않았을까. 오늘은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와 페레로 로쉐 초콜릿을 같이 샀다. 세상 달콤한 맛도 느껴봐야 하지 않겠는가

 

 

소소한 소비로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요즘 나는 소확행을 누리고 있다. 

 

사실 나는 어떠한 물건이던지 사고 싶은 생각이 들면 한달 두달 세달넘게 이 물건을 샀을 때 나에게 이로운 지 신중하게 따져보며 구매를 했다. 비싼 노트북을 살 때는 물론, 값싼 볼펜 하나 살때도 이 물건이 좋은지, 블로그던건 유튜브 영상이건 여기저기서 이 물건에 대한 후기를 찾곤 했다. 

 

하지만 요즘 가성비 좋은 물건이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저렴한 '대란' 가격으로 팔릴 때 사버리는 습관을 갖았다.

한 두달동안 살까 말까 하다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살꺼면서 고민하는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나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때 구매하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침에 빨리 머리를 말려주는 드라이어, 출근 시간에서의 독서를 위한 북 리더기, 운동 습관을 들이겠다고 구매한 스포츠 밴드까지

 

물론 쓸데없는 데에 소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나의 삶의 질을 나아지게끔 하는 소비였다. 나는 요즘 소확행에 가성비까지 더한 소비를 즐기고 있다.

 

지금 당장의 오늘 하루를 그나마 행복하게 누리고 싶은지도...

나는 특별한 취미생활이나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당당히 어느 하나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은 먼나라의 한 도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나는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다. 처음 우리나라를 벗어난 것도 교환학생을 통해서 였다.

그런 내가 어떻게 바르셀로나를 잘 알게 되었을까? 대학교 3학년 교환학생으로 처음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가보았다.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빌바오에서 6개월이란 짧으면 짧은 시간을 보내면서 스페인에서의 음식과 생활을 좋아하게 되었다. 교환학생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스페인으로 되돌아오기를 희망했다. 

 

운이 좋게도 바르셀로나의 한 스타트업에서 1년 간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미 스페인에서 6개월의 교환학생 생활을 해봤으니 적응하는데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 빌바오와는 전혀 달랐다.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하게 세워진 건물들과 카탈란이 먼저 쓰여져 있는 간판. 거리를 따라 늘어선 야자수처럼 생긴 나무들까지 바르셀로나만의 색다른 멋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산다는 것 만으로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습하지 않아 더운 여름에도 그늘아래 있음 세상 시원하던 날씨 덕분에 매주 공원이나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걸었다. Bicing이라는 서울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를 빌려 해변을 따라 타보는 것도 좋았다. 바르셀로나의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다니면 맛있는 레스토랑, 이쁜 카페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지금도 아침 출근 길, 전철 안에서 문득문득 바르셀로나의 골목들이 떠오른다. 여행객은 모르는 맛있는 파에야 레스토랑. 너무 자주 가서 웨이터와 친구가 된 단골 술집. 주로 찾았던 슈퍼마트까지... 여행객이 아닌 그 장소에 오래 머물렀던 한 사람으로서 바르셀로나, 그 도시를 알고 있다.

 

 

 

아침 출근시간, 독서 시간을 가졌다

바쁜 출근 길. 한 남자가 버스에 내려 근처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간다.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열차 안 주변 소음이 들리지 않지만 노래 자체가 소음이 되지 않을 잔잔한 노래를 재생한다. 전철이 들어서고 문이 열리는 반대편에 자리가 있는 지 찾아본다. 

 

다행히 한 구석에 자리가 남았다. 서류가방에서 북리더기를 꺼내고, 가방을  좌석 위 선반에 올려두며 문 옆에 기대본다. 이 남자는 최근에 북리더기를 구매했다. 한달에 한 권 꼭 책을 보자며 가방 안에 두꺼운 책을 매일 들고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출근길 좁은 전철 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면 두꺼운 책을 가방에서 꺼내기도 힘들었다. '에휴 책 읽기를 포기하고 스마트폰이나 보자'고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다.

 

마침 어느 한 사이트에서 북리더기를 세일 한다는 정보를 듣고 무심코 사버렸다. 예전에 세워났던 '한 달에 한 권 책읽기'를 성공하겠다고!

사실 이 남자는  주말, 여가시간에는 책을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그 시간은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는 온갖 핑계를 대면서 책 대신 다른 것들을 집어든다. 자격증 하나 따겠다고 펼친 문제집, 유행에 뒤쳐져선 안된다며 인기 유튜버를 찾는 노트북, 친구들과의 술 한잔. 평소에 읽고 싶던 책 대신 잡아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회사로 출근하는 전철 안 30분만큼은 오로지 독서에 집중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시간만큼은 일상의 고민은 하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다. 이 남자는 내일 출근 길에도 그 만의 독서 시간을 가질 것이다. 언젠가는 한 달에 한 권은 읽겠지...

매일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글쓰는 습관을 들이고자 생각하던 도중에 마침 좋은신 분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지금 한 줄 적고 있다. 

 

나는 사실 모든 경험에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무살이 되던 해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워터파크 설거지 알바, 명절 대형마트 알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칵테일을 권하던 알바까지 가짓수만 세어보면 30가지가 넘었다. 물론 돈이 필요했기에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어 나름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다른 친구들의 다양한 대외활동이나 해외연수, 자격증들이 부러우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은 내가 내세울 만한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젠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대화도 할 수 있고, 박스 접기, 테이프 붙이기, 설거지 등등 소소하지만 익숙하면 편한 잡기술에 능해졌다. 지금도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있다. 새로운 경험은 오늘 하루의 나를 더 나아지게 만들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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