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식이 또 길어졌다. 회사분들과 재밌게 웃고 떠들며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어느새 밤 12시가 다 되어있었다. 문뜩 다음날 아침이 두려웠지만 그건 내일 일어날 나의 몫이니깐.
역시 회식으로 늦게 들어가고 난 다음 날은 힘들다.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고 머리 속은 누가 지우개로 박박 지운 것처럼 하얗다. 종종 이런 날 출근 길엔 회사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본다. 사무실 안에서도 이러면 안될 거 같아 에너지드링크를 골라 계산대로 가지간다. 마치 단 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듯 연료를 챙기듯이 말이다.
편의점은 현대 사회인들에게 가깝고도 편리한 존재일 것이다. 내가 있는 곳 근처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들을 갖고 있는 편의점이야말로 만물상이지 않겠는가. 다만 이렇게 좋은 편의점이야말로 현대인의 비극을 보여주지 않을까? 요즘 음료수 매대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드링크는 종류도 많아지고 크기도 거대해졌다. 집에서 밥을 해먹을 시간이 없어 찾게된 편의점도시락과 간편 조리 식품들은 다양해지고 더 맛있어지기까지 했다. 세상살기 편해진 만큼 최선을 다해서만 살아가라고 하는 것만 같다.
그나마 출근길에 이 편의점조차 없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세상이 더 팍팍해지지 않았을까. 오늘은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와 페레로 로쉐 초콜릿을 같이 샀다. 세상 달콤한 맛도 느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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