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난 내 생일을 숨겨본 적이 있다. 생일을 한 번 숨겨보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알아줄까 호기심 반, 기대 반인 마음으로, 부모님에게조차 말을 꺼내보지 않았다. 그 당시엔 요즘처럼,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으로 생일 알람조차 없었기에, 나만 조심한다면 내 친구 아무도 모르게 숨길 수 있었다.
생일 당일 아침. 부모님은 오늘이 내 생일인지 까맣게 모르게 계셨다. 학교 가기 전, 차려주신 밥상은 일상적인 평범한 밥상이였다. 일부러 생일이란 사실을 숨기긴 했지만 약간의 섭섭함은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운이 좋게도(?) 그 날 학교 점심 급식으로 미역국이 나와 축하 아닌 축하를 받았다. 다행히 하교 후, 내 생일이였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친구들과 부모님의 축하를 받을 수 있었다.
요즘엔 생일을 기념하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와 SNS로 이어진 사람들은 모두 내 생일을 다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2시 정각이 되면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온갖 SNS들이 "누구의 생일"이라고 온 세상사람들에게 알아서 알려주니 말이다. 생일 뿐만이 아니다. 궁금하지 않은 내 친구의 연애사는 물론, 그 친구가 여자친구와 주말에 뭘 먹었는 지 조차 알려준다.
메신저가 생기고 소셜 네트워크라는 게 생기면서 너무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건 아닌 가 싶다. 물론 SNS 덕분에 생일에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을 수 있으니, 좋은 점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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