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만병의 원인이다.

인턴 3개월째. 6시 정시 퇴근하는 시간이 되면 인턴 동기들은 내게 퇴근 안하냐고 물어본다. 나는 좀 더 할 일이 남았다며 동기들에게 먼저 퇴근하라 말을 한다. 동기들을 먼저 보내고 자리에 앉아 오늘 끝내지 못한 일을 해본다. 컴퓨터를 너무 오래 봐서인지 눈이 쓰라리고 정신이 멍해져 갔다. 드디어 마무리! 파일의 이름을 최종 v.9라고 짓고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해요?"

 

요새 인턴 동기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요즘엔 인턴은 야근도 잘 안한다고 하더라. 친구들은 최저시급을 받아가며 야근까지 하냐 자기들이 성을 낸다. 워라벨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며 일은 일이고 저녁 여가시간을 꼭 챙겨야 된다나뭐래나. 사실 딱히 취미 생활을 갖고 있지 않은 나는 집에 가면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였다.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 근무시간 못 봤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그러다보면 벌써 얼른 자야할 시간이 온다. 

 

그러다보니 두 세시간 사무실에 남아 무언가를 하고 나면 집에서 맛보지 못한 보람을 느낀다. 하루에 대한 성과를 산출물, 엑셀, PPT파일 하나라도 남겨지기 때문이다. 점점 사무실 컴퓨터에 쌓이는 파일들은 내 지식이 되고 경험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요즘 야근을 스스로 하기도 한다. 물론 집에 얼른 들어가고 싶은 때도 있지만 야근의 혜택 아닌 혜택(?)을 받을 때도 있다. 야근 시간에 남겨진 직장 상사/동료들과 할 수 있는 대화가 있고, 꼰대같지만 직장상사분들에게 더 열심히 일 하고 있다는 인상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9 to 6는 기본, 야근은 덤으로 주는 경험치라고 할까...

 

프로야근러.

 

아직 프로까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야근에 익숙해졌다는 것 만으로도 아마추어야근러는 될 수 있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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